주류 소비 감소 (출고량 붕괴, 희망퇴직, 무알콜 전환)

지난해 국내 전체 주류 출고량이 298만 8,000kL를 기록하며, IMF 외환위기 이후 줄곧 지켜온 300만 kL 선이 처음으로 무너졌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단순히 “요즘 사람들이 술을 덜 마시는구나”라고 넘겼는데, 파고들수록 그게 아니었습니다. 소비자 한 명의 선택이 기업의 영업이익을 반토막 내고, 수십 년 다닌 직원의 일자리에까지 닿는 과정을 보면서 이건 단순한 음주 통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0만 kL 선 붕괴, 숫자 뒤에 숨은 진짜 신호

맥주는 3년 연속으로 7.2% 감소했고, 소주는 80만 kL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막걸리는 5년째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국민 술’ 세 종류가 동시에 줄었다는 건 특정 제품의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시장 자체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주류 출고량(出庫量)이란 주류 제조사나 수입사가 창고에서 시장으로 내보낸 물량을 뜻합니다. 즉 소비자가 실제 구매하기 전 단계의 수치이기 때문에, 출고량이 줄었다는 건 유통 전 단계부터 수요 자체가 위축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이 수치가 300만 kL를 밑돈 건 경고등이 하나 켜진 게 아니라 경보음이 울린 수준이라 봐야 합니다.

흥미로운 건 마시는 횟수뿐 아니라 한 번 마실 때의 양도 함께 줄었다는 점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음주하는 인구의 평균 음주 횟수가 9일에서 8.8일로 줄었고, 한 번 자리에서 마시는 양도 6.7잔에서 6잔으로 내려왔습니다(출처: 한국건강산업개발원). 제 경험상 이런 변화는 의지보다 문화에서 먼저 나옵니다. 회식 자리가 줄고, 2차·3차 문화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총량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 맥주: 3년 연속 7.2% 감소
  • 소주: 3년 연속 하락, 80만 kL 선 붕괴
  • 막걸리: 5년 연속 하락세
  • 1회 평균 음주량: 6.7잔 → 6잔으로 감소

요약: 맥주·소주·막걸리 트리플 동반 하락은 경기 탓만이 아니라, 회식 문화 축소와 음주 총량 감소가 겹친 구조적 변화입니다.

고가 위스키도 못 버텼다, 희망퇴직까지 이어진 이유

소주와 맥주가 흔들리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진짜 놀라게 한 건 고가 위스키 업계의 성적표였습니다. 조니워커 수입사는 영업이익이 182억 원에서 94억 원으로 반 토막 났고, 순이익은 흑자에서 적자로 뒤집혔습니다. 발렌타인과 로열살루트 판매사는 영업이익이 70% 이상 줄었고 순이익은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영업이익률(營業利益率)이란 매출에서 영업 활동에 든 비용을 빼고 남은 이익의 비율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장사해서 실제로 남긴 돈’이 전체 매출에서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70% 넘게 빠졌다는 건 예전에 100원 벌던 게 이제 30원도 안 남는 상황이 됐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재무제표를 들여다봤는데, 이 수준의 낙폭이 지속되면 구조조정 외에 선택지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결국 조니워커 수입사는 2024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토종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도 올 상반기 적자로 전환됐습니다. 롯데칠성음료도 창립 7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는 소식은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소비자 한 명이 장바구니에서 위스키 한 병을 빼는 결정이 결국 누군가의 일자리와 연결된다는 사실, 그 연결 고리를 이번에 다시 실감했습니다.

요약: 고가 위스키 업계의 영업이익 급감과 희망퇴직은, 소비 감소가 기업 수익과 고용에 직접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사례입니다.

무알콜 전환, 소비자는 술을 끊은 게 아니었다

주류 시장 전체가 쪼그라드는 동안, 딱 하나 역방향으로 달린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무알콜 맥주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술 자체를 거부한 게 아니라, 음주라는 경험에서 ‘알코올 부담’만 덜어내려 한다는 쪽으로요.

무알콜 맥주(Non-Alcoholic Beer)란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인 맥주를 말합니다. 맥주 특유의 맛과 향은 살리되 취기를 없앤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흔히 ‘제로 맥주’라고도 불립니다. 음주운전 걱정 없이 맥주를 즐기거나, 건강 관리 중에도 맥주 한 캔의 느낌을 원하는 소비층에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비맥주는 무알콜 라인업을 앞세워 가정용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칭다오 맥주 수입사는 무알콜 제품 덕분에 작년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반전했습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유통 통계). 제 경험상 이런 전환 속도는 보통 “트렌드”를 넘어 “구조 변화”에 가깝습니다. 음주 문화를 완전히 멀리하기보다 자기 방식으로 재정의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요약: 무알콜 맥주 30% 성장은 소비자가 음주를 포기한 게 아니라,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소비 방식을 바꾼 결과입니다.

백화점이 칼을 잡은 이유, 손질 서비스의 반격

주류 얘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백화점이냐고 할 수 있는데, 저는 이 두 흐름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 때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싸거나 익숙한 것보다, 내 시간과 수고를 덜어주는 쪽에 기꺼이 돈을 쓰는 방향으로요.

현대백화점이 2021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무료 맞춤형 손질 서비스는 과일, 채소, 생선, 고기를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직접 다듬어주는 서비스입니다. 인기 매장은 하루 평균 150명이 이용하고, 특정 점포에서는 수박 구매자 10명 중 9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롯데백화점은 세척·커팅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올해 상반기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90% 급증했고, 즉석 양념 코너를 운영한 점포에서는 신선 생선 매출이 45% 이상 뛰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의 커팅 서비스 이용 건수도 전년 대비 95.8% 증가했습니다.

이른바 ‘편의성 프리미엄(Convenience Premium)’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개념인데, 여기서 편의성 프리미엄이란 소비자가 시간과 수고를 아끼기 위해 기꺼이 추가 비용이나 이동 거리를 감수하는 소비 행태를 의미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이 가격으로는 이미 백화점을 이길 수 없게 만들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손질까지 해준다’는 경험은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습니다. 백화점이 칼을 든 건 궁여지책이 아니라, 꽤 영리한 생존 전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요약: 백화점의 맞춤형 손질 서비스 급성장은 소비자가 가격보다 시간 절약과 경험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며, 온라인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유효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류 출고량이 300만 kL 아래로 떨어진 게 얼마나 심각한 건가요?

A. IMF 외환위기 이후 수십 년간 유지되던 기준선이 처음으로 무너진 겁니다. 경기 침체 시기에도 지켜졌던 수치가 꺾였다는 건, 단순 불황이 아니라 소비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합니다. 단기 반등보다 장기적인 체질 변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Q. 무알콜 맥주가 진짜 맥주 맛이 나나요? 실제로 마실 만한가요?

A.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근 출시된 무알콜 맥주는 홉 향과 탄산감이 일반 맥주와 상당히 유사해졌습니다. 판매가 30% 급증한 데는 맛 개선이 크게 기여했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쓴맛이나 알코올 특유의 목 넘김을 선호한다면 아직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Q. 위스키 업계 실적이 나쁜데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까요?

A. 현재로선 단기 반등이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고가 위스키는 접대·선물 수요와 연결돼 있는데, 기업 접대 문화 자체가 위축되는 흐름이라 구조적 회복이 필요합니다. 다만 프리미엄 소비를 즐기는 일부 소비층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완전한 시장 소멸보다는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백화점 손질 서비스, 어느 백화점에서 이용할 수 있나요?

A. 현대백화점이 2021년 처음 도입했고, 이후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확대 운영 중입니다. 점포마다 운영 방식이 다르고, 일부는 특정 코너에서만 제공하므로 방문 전 해당 점포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주류 소비 감소를 경기 불황 탓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맞는 겁니다. 제가 이 흐름을 살펴보면서 느낀 건, 소비자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술을 마시는 방식도, 장을 보는 방식도, 지갑을 여는 기준도 모두 ‘내가 얼마나 편하고 건강하게 이 경험을 즐길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이 변화를 남의 얘기로 보다가는 위스키 업계처럼 뒤늦게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는 상황이 됩니다. 반대로 무알콜 시장을 빠르게 키운 오비맥주나 손질 서비스로 온라인과 차별화한 백화점처럼, 소비자의 변화를 먼저 읽은 쪽은 불황 속에서도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저는 이 사례들을 보면서 ‘변화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감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rAG3uUNE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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