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신용 위기 (불투명성, 바퀴벌레이론, 자산배분)

주식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빨간불이 가득하면 불안하고, 파란불이 켜지면 이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조급해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금융 시장 전반을 들여다보다 보니, 우리가 눈에 보이는 주가 숫자보다 훨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큰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그 핵심이 바로 사모 신용 시장입니다.

사모 신용의 불투명성, 얼마나 알고 계셨나요

주식 시장은 매일 가격이 공개됩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얼마인지, 어제보다 몇 퍼센트 올랐는지 누구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모 신용(Private Credit) 시장은 어떨까요? 사모 신용이란 은행이나 공개 채권 시장을 통하지 않고, 사모펀드 등이 기업에 직접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의 금융 거래를 뜻합니다. 규모는 수조 달러에 달하지만, 매일 가격이 공시되는 주식과 달리 자산의 실제 가치를 외부에서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솔직히 저도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냥 주식이랑 다른 종류의 투자 아닌가?” 정도로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니 문제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를 요청해도 펀드 운용사가 보유 자산을 제때 현금화하지 못해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인 블루아울(Blue Owl)의 자금 회수 난항입니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유동성 위험(Liquidity Risk)입니다. 유동성 위험이란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도 필요할 때 즉시 현금으로 바꾸지 못하는 위험을 말합니다. 주식은 장이 열리는 날이면 언제든 매도할 수 있지만, 사모 신용 자산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치가 있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그 자산은 사실상 묶인 돈이나 다름없습니다.

문제는 블루아울 사례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바퀴벌레 이론이라는 관점이 있습니다. 집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를 발견하면,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훨씬 더 많은 바퀴벌레가 있다는 논리입니다. 한 곳에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면, 불투명한 사모 신용 시장 전반에 비슷한 문제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바퀴벌레 이론으로 읽는 복합 위기의 구조

지금의 상황이 과거와 다른 이유가 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2000년 닷컴 버블은 주식 시장 고평가 문제였고, 2008년 금융 위기는 파생상품(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이 터지면서 신용 시장 전체가 마비된 사건이었습니다. CDO란 여러 부채를 한데 묶어 새로운 금융 상품으로 재포장한 것으로, 2008년에는 부실 주택 담보 대출이 이 안에 숨어 있다가 한꺼번에 터졌습니다.

지금은 이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맞물려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주식 시장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가 버핏 지수(Buffett Indicator)입니다. 버핏 지수란 한 나라의 주식 시장 총 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100%를 크게 넘으면 시장이 과열됐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현재 미국 버핏 지수는 이미 역사적 고점권에 가까운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사모 신용의 부실까지 겹치면, 단순한 조정이 아닌 복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이해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가만 보던 시각에서 신용 시장, 부채 구조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니 그동안 제가 얼마나 좁은 창으로 경제를 보고 있었는지 실감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지수가 올라도, 보이지 않는 곳의 부실이 임계점을 넘으면 결국 표면으로 터져 나오는 법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이 중앙은행 풋(Central Bank Put)입니다. 중앙은행 풋이란 시장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을 때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로 시장을 받쳐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말합니다. 2008년에도, 2020년 코로나 위기 때도 미국 연준은 이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미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이미 120%를 넘어선 상태이고(출처: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과거처럼 마음껏 돈을 풀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특히 케빈 워시(Kevin Warsh) 같은 인물이 과도한 양적 완화가 인플레이션의 씨앗이었다고 비판하며 연준의 정책 소통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시장이 “연준이 구해주겠지”라는 믿음을 계속 갖고 있다면, 그 믿음이 배신당했을 때의 충격은 더 클 수 있습니다.

현재 주요국의 부채 상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미국: GDP 대비 정부 부채 120% 초과로 재정 여력이 이전 위기 때보다 현저히 좁아진 상태입니다.
  2. 중국: 기업 부채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오며, 부동산 부실과 맞물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입니다.
  3. 한국: 가계 부채 비율이 OECD 최상위권으로,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00%를 넘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이 세 나라 모두 공통적으로 과거 위기 때처럼 “돈을 더 풀어서 해결하겠다”는 카드를 마음껏 쓰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이번 위기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자산 배분, 공포를 기회로 바꾸는 실전 접근법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로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공포에 쫓겨 자산을 전부 처분하면, 정작 바닥에서 좋은 자산을 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핵심은 자산 배분(Asset Allocation)입니다. 자산 배분이란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 등 다양한 종류의 자산에 비중을 나눠 담는 전략을 뜻합니다. 선행 지수가 상승할 때는 주식 비중을 높여 수익을 추구하되, 선행 지수가 꺾이는 국면에서는 주식 비중을 20% 안팎으로 줄이고 단기 국공채처럼 변동성이 낮고 현금화가 쉬운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단기 국공채(Short-term Government Bond)란 정부가 발행한 만기 1~2년 이내의 채권으로, 부도 위험이 낮고 주식 시장 급락 시에도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위기 국면에서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해 두면, 단순히 손실을 피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우량 자산을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립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주가가 급락하는 순간에 현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현금을 갖고 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과는 몇 년 후에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위기는 준비된 사람에게는 기회가 됩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주식 비중을 20%까지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률적인 기준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진 않습니다. 투자 기간이 20년 이상 남은 30대 직장인과, 은퇴를 앞둔 60대의 위험 감수 수준은 다릅니다. 토빈의 Q(Tobin’s Q)처럼 시장 전체의 고평가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들을 참고하되, 결국 자신의 재정 상황과 목표에 맞게 판단해야 합니다. 토빈의 Q란 기업의 시장 가치를 실물 자산의 대체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이 과대평가됐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모 신용 시장이 무너지면 일반 투자자에게도 영향이 오나요?

A. 직접 사모펀드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모 신용 시장의 부실이 금융기관 간 신뢰를 무너뜨리면, 은행 대출이 줄고 기업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경기 전반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처럼 신용 시장의 경색이 일반 경제로 번지는 경로가 이미 역사적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Q. 지금 주식을 전부 팔아야 할까요?

A. 무조건 팔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총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하고, 현금성 자산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위기가 왔을 때 현금이 없으면 손실을 버티는 것도, 기회를 잡는 것도 어렵습니다. 공포에 쫓겨 전량 매도하는 것과 전략적으로 비중을 조절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Q. 단기 국공채는 어떻게 투자하나요?

A. 국내의 경우 증권사 앱을 통해 단기 국고채 ETF나 MMF(머니마켓펀드)로 접근하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MMF란 단기 국공채나 우량 기업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로, 은행 예금처럼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하면서 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 전에 수수료와 세금 구조는 반드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Q. 위기가 정말 내년 상반기에 온다고 봐야 하나요?

A. 특정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시장은 수많은 변수가 얽혀 있어 한두 가지 지표로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전문가도 쉽지 않습니다. 위기 시점을 맞추려는 것보다, 언제 위기가 오더라도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미리 구성해 두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뉴스를 볼 때마다 주가 숫자에만 집중하던 저의 시각이 이번 공부를 통해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모 신용 시장의 균열, 각국의 부채 상황, 중앙은행의 정책 여력까지 함께 살펴야 전체 그림이 보인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지금이 위기인지 아닌지보다, 위기가 왔을 때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해 두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상황과 전문가 의견을 함께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yCWZSbsfrg&t=32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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